신지호 선배언니에게. 일단 10년 후의 나를 기억 못 할 수도 있으니 내 소개를 잠깐 할게요. 내 이름은 이로아예요. 언니보다 한 학년 후배고요. 음…. 사실 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내 이름만 들어도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기억이 안 나면 어쩔 수 없지요. 이 편지의 존재 자체도 잊어버렸을 테니까. 근데 그렇다면 많이 서운할 것 같네요. 우...
오늘은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그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나와 새벽 시장을 다녀온 꽃집 문을 두드렸다. 그와 어울리는 꽃을 고르고 싶어서.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걸로 줄까. 그의 모습만큼이나 환하고, 그의 향기만큼이나 진한 꽃을 나 혼자서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저, 원하는 색깔이 있는데요.""네, 말씀하세요. 졸업식에 ...
그가 흔쾌히 수락한 타임캡슐은 개학한 날에 묻기로 했다. 나는 남은 며칠 동안 그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할지 밤을 새우며 고민했고, 마지막 날이 돼서야 편지지에 글자를 올릴 수 있었다.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다.""10년 동안 기다려야 하니까 꼼꼼하게 포장해요.""내년에 내가 미리 와서 보면 어떡해?""저는 내년에도 이 학교에 있어요. 감시할 거예요.""그런...
초여름에 내리는 비 때문에 아침 공기가 서늘했다. 반팔을 입기엔 춥고, 긴팔을 입기엔 더워서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반팔을 택했다. 더운 것보단 추운 게 낫지. 정류장에 서서 버스가 언제 오는지 고개를 내밀 때마다 빗물이 얼굴에 떨어졌다. 손으로 대충 털어내길 몇 번, 학교로 가는 버스가 드디어 왔다.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탈 때, 두 손...
허리까지 내려왔던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을 땐 대머리가 된 기분이었다. 손가락 길이보다 짧은 머리를 쥐자 금방 사이로 빠져버린다. 거울 속에 있는 모습이 어색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고개를 이리 꺾고 저리 꺾으며 흔들거리는 머리카락의 존재를 아는 것 말고는 그 무게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민들레 홀씨처럼 공중으로 날아가는 머리카락이 새삼 이렇게 무거웠구...
새학기 첫 날 1교시 수업 중, 갑자기 뒷문이 덜컥 열렸다. 선생님을 포함한 학생들의 눈이 그 쪽으로 쏠렸다. 교실 중앙 자리에서 몰래 졸고 있던 나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다 비어있던 짝꿍 자리에 누군가 앉는걸 발견했다. “너 이름이 뭐니?” 황당함이 섞인 선생님의 목소리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짜증섞인 얼굴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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